1. 서론 — 제천을 가장 빠르게 지운 대륙고대의 거의 모든 문명은 하늘에 제를 올리며 질서를 세웠습니다. 중국의 황제는 천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일본의 천황은 지금도 이세신궁에서 풍요를 기원합니다. 인도의 베다 의식은 3천 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발리에서는 지금도 갤룽간 축제를 통해 태양의 귀환을 맞이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고대 제천의 전통이 형태를 바꾸며 지금까지도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달랐습니다. 한때 켈트, 노르드, 발트, 슬라브, 에트루리아 등 수많은 민족이 자신들만의 제천문화를 지녔지만, 이 모든 전통은 10~13세기 사이 불과 몇 세기 만에 거의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도 7세기 이후 이슬람이 빠르게 확산하며 토착 신앙을 대체한 사례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