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명전 3

서울 속 작은 세계 – 정동과 주변 외국 공관 거리

1. 표현 방식 속 외교의 거리19세기 말, 한양의 서쪽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정동(貞洞)은 불과 수십 년 만에 조선의 국제 외교 중심지로 급격히 변모했다. 덕수궁을 둘러싼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통 한옥과 기와지붕 대신 붉은 벽돌과 첨탑, 아치형 창문을 갖춘 서양식 건물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서울 한복판에 유럽과 미국의 도시 일부가 옮겨온 듯한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당시 기록과 사진 자료에 따르면, 정동 일대에는 러시아 공사관의 붉은 벽돌과 탑이 인상적이었고, 영국 공사관 등은 유럽식 건축 양식을 띠었다. 미국 공사관저의 경우 초기에는 현지 한옥(목조 가옥)을 매입해 사용했으며, 이후 점차 서구식 요소가 가미된 건물로 변화해 갔다. 이러한 건축 양식의 혼재는 단순한 미관의 변화가..

환구단 이야기 2025.08.10

[환구단과 정동 공간사③] 해체와 재기억 –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1. 일제의 권역 해체 전략: 물리적 해체와 상징의 말살1900년대 이후 일제는 대한제국의 상징 공간을 체계적으로 해체했다. 특히 정동과 환구단 권역은 고종의 정치·외교·문화 전략이 집약된 장소로서 일제의 우선적 통제 대상이 되었다. 일제는 환구단의 원형 제단을 1913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호텔을 건립함으로써 제국 통치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말살하고, ‘천자국’ 대한제국의 상징을 일상에서 지워냈다. 이는 단순한 개발 사업이라기보다는, 대한제국의 상징적 의례였던 천제 의식을 무력화하고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한 의도적 기획이었다. 이와 함께 중명전은 궁내부 소속 공간에서 일본 통감부의 행정 관할로 넘어가며 외교의 전초기지라는 기능을 박탈당했다. 정동교회와 배재학당 등 서양 세력과의 연계 지점 역시 일본의 ..

환구단 이야기 2025.07.27

서울 속 낯선 공간, 환구단을 찾아서

1. 서울 속 낯선 공간, 환구단을 찾아서서울 중심부, 시청역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거리.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회현 방면으로 걷다 보면,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에 자리한 낮고 단정한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외관은 기와지붕에 단청이 곱게 남아있지만, 주변 풍경은 고층 빌딩과 호텔로 가득합니다. 이 건물이 바로 '황궁우(皇穹宇)'입니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환구단(圜丘壇)'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이 역사적 장소는 많은 서울 시민에게조차 낯선 곳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구단은 원래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던 해에 고종의 칙령에 따라 건립되었습니다. 중국 천자의 하늘 제사를 계승하여, 자주 국가의 황제가 스스로 제례를 주관하는 제단이었습니다. 고종은 이 제단을 통..

환구단 이야기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