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문화 2

[아시아 제천⑤] 유목의 하늘, 텡그리 제례(몽골·카자흐)

1. 유목의 땅에서 하늘을 향한 제례가 태어나다아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펼쳐진 몽골·카자흐 초원은 사방이 지평선으로 끝나는 공간입니다. 산줄기나 수목이 드문 이곳에서는 땅보다 하늘이 더 크게 느껴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지보다 하늘을 더 절대적인 질서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농경 문명이 비옥한 토양을 숭배했다면, 유목 문명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숭배한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텡그리(Tengri, ‘하늘’ 또는 ‘하늘신’) 중심의 제천 신앙입니다. 고고학과 문헌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1천년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들(스키타이·사카 등) 사이에서도 태양·하늘·불을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고,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는 한서 등의 사료에 ‘천(天)과 산천에 제사’를..

[환구단과 세계의 제천 문화①] 몽골 오보제, 길 위에서 만난 하늘의 의례

1. 오보와의 첫 만남 – 여행자의 눈에 비친 신성한 돌무더기몽골을 여행하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산맥이 이어지고, 그 사이에 돌을 쌓아 만든 독특한 구조물이 드물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2024년 봄 몽골 올레길 2코스를 걷던 중 산 정상 아랫부분에서 처음으로 오보(овоо)를 마주했습니다. 흔히 보인다는 설명과 달리, 제 여정에서 오보는 단 한 번만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경험은 아주 강렬했습니다. 바람에 푸른 천 조각이 나부끼고, 작은 제물이 놓여 있는 풍경은 단순한 돌무더기를 넘어선 힘을 풍겼습니다. 여행자로서 발걸음을 멈추고 경건한 기운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몽골어에서 오보는 ‘더미, 무더기’를 뜻합니다. 원래는 유목민들이 길을 표시하거나 산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세운 표..

환구단 이야기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