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문화 2

[아시아 제천④] 발리 갤룽간 – 신들이 지상에 머무는 열흘

1. 갤룽간의 기원 — 신들이 돌아온 날발리의 갤룽간(Galungan) 축제는 흔히 ‘신들의 귀환’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단순한 종교적 의례를 넘어서는 깊은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갤룽간은 오늘날 발리력(Pawukon) 상 210일마다 돌아오며, 이날을 기점으로 신들과 조상 영혼이 지상에 내려와 열흘간 머문다고 믿습니다. 그 열흘 동안 마을 전체는 우주의 중심(부아나 아궁, Buana Agung)으로 전환되고, 인간은 하늘의 질서에 다시 편입됩니다. 갤룽간의 기원은 5~6세기 무렵 인도에서 유입된 힌두교가 9세기경 자바·발리 왕국의 국가 제례 체계와 결합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도 본토에서 힌두교가 전래되기 전, 발리에는 애니미즘·조상숭배·정령신앙이 공존했는데, 이후 힌두-불교..

[환구단과 세계의 제천 문화②] 일본 이세신궁 – 태양신과 국가 권위

1. 태양신 아마테라스와 이세신궁의 기원이세신궁(伊勢神宮)은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모시는 일본 최고 성소로, 아마테라스는 신화 전승에서 황실의 조상신으로 자리합니다. 일본서기와 고사기 기록에 따르면 천황가는 아마테라스의 직계 혈통이라는 신화적 정통성을 갖고 있으며, 이세신궁은 바로 그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영적 근거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세신궁은 내궁(아마테라스)과 외궁(도요우케)으로 이루어지며, 도요우케는 의식주와 생업을 관장해 아마테라스께 바칠 공양을 맡는 신으로 설명됩니다. 이 구도는 흔히 ‘태양(빛)과 생업·풍요’의 상보성으로 해석됩니다. 일본인들은 이 성소를 단순한 신사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가 자체를 지탱하는 근원적 신성의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세신궁은 20년마다 ‘식년천궁..

환구단 이야기 2025.08.23